3차원 협상의 위력과 성공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장기적으로 파이를 키우고 자기 몫을 챙긴다는 분명하고도 일관된 목적을 가져야 한다. 그 다음으로 협상안에 도달할때까지 등장하게될 3차원 장애물 점검이 필요하다.
협상판 설계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모든 당사자들, 그들이 지닌 이익의 전체 집합, 협상 결렬 대안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일을 진행시키는 순서가 올바른지, 기본 프로세스에는 어떤 선택이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협상안 디자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한 전술적인 장애물이나 협상 상대방 간에 장애물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고 3차원 전략을 수립하려면 내가 원하는 협상안으로부터 역순으로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즉 협상테이블로 나서기 전에 협상판 설계를 제대로 해야하며(3차원), 전체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협상안을 디자인해야 하며(2차원), 협상 테이블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술을 강화해서(1차원) 이것들을 서로 조화롭게 빚어내는 것이다.
3차원 협상으로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한 마이크로 소프트
AOL사용자들은 월드와이드웹에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AOL사는 자신들의 유저에게 제공해줄 최신브라우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때 AOL과 협상에 나선 업체가 마이크로 소프트와 넷스케이프였는데 이 시기만 하더라도 넷스케이프사의 네비게이터는 기술적으로도 우위에 있었다. 시장 점유율도 75%~85%에 육박하였다.
반면 마이크로 소프트의 익스플로러는 오류가 잦고 시장 점유율도 3%~4%정도에 불과해 시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빌게이츠는 익스플로를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누가봐도 협상에서 유리한건 넷스케이프였으나 이들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못해 거만한 전략으로 밀고 나갔다.
AOL에게 비싼 사용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돈을 내고 우리의 기술력있는 인기브라우저를 써라는 식이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승리하게 되었을까?
수수료를 요구하는 넷스케이프와는 달리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우에 AOL 소프트웨어를 끼워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것도 AOL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서비스인 MSN 아이콘 바로 옆에 놓기로 한것이다. 바탕화면에서 가장 값비싼 자리에 아이콘을 띄움으로써 AOL은 거의 아무런 비용없이 매년 5,000만 명에 달하는 새로운 잠재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그 이전에는 AOL이 고객 한 명당 40~80달러 비용을 지출하고 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사실 빌게이츠는 브라우저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큰 목표를 위해 MSN의 입지를 희생시킨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인정하고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보기보다는 협상판 설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영업분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나의 안건 A, B는 불리한 입장인가?
그렇다면 나의 강점을 지니고 있는 안건 D, E가 부각되도록 판을 바꿀 수는 없는가?
더나아가 X라는 사람은 나의 강점에 관심이 없는가?
그렇다면 D, E 라는 안건으로 초점을 옮기는것과 병행해서 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해줄 Y라는 사람이 상대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할 수는 없는가?
AOL의 입장에서 넷스케이프는 거만했다. 즉 그들은 자신을을 고객으로 이용하려고만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넷스케이프와는 대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많은 자원을 동원해 AOL사의 보다 광범위한 이익을 만족시켜주려 했다.
그렇다면 넷스케이프는 이런 상황을 뒤집는 것이 전혀 불가능했을까? 실제로 AOL은 넷스케이프에게 AOL의 500만 회원을 위한 기본 브라우저로 쓰일 AOL용 네비게이터 스페셜 버전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대신 매일 수백만 명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초라한 수준의 빈약한 콘텐츠밖에 없는 넷스케이프의 웹페이지를 AOL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 했다.
AOL은 그런 역량을 가진 회사였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잠재적인 경쟁사인 넷스케이프를 통제 하에 두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넷스케이프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AOL의 한 부분으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런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비용과 노력을 감당하고 싶지도 않았다. 따라서 넷스케이프는 AOL이 네비게이터의 훌륭한 배급 채널로서 네비게이터 다운로드 한 건당 10달러의 비용을 지불할 것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케이프의 선택은 훗날 브라우저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주도하게 될지 결정하게 되었다. 만약 넷스케이프가 단순한 가격 흥정으로 자기몫만 챙길려고 하는 것이 아닌 파이를 키울 방법을 찾았다면 현재의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주도권 판도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파이를 키워 자기 몫을 챙긴 케니코트사
케니코트 사는 칠레의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장기 계약으로 저렴한 로열티를 내고 구리광산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들은 모든 기존 계약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다. 칠제 정부는 케니코트사가 협상을 거부한다해도 매우 훌륭한 결렬 대안을 가지고 있었다.
즉 계약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케니코트사의 광산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케니코트사가 1차원적 협상테이블 전술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여 그들을 이해고 정부 관리의 성격을 파악하고 기타등등 다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미군이 파병될 가능성도 없었다. 모든 카드를 상대방이 쥐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서 케니코트사는 어떻게 했을까?
1 STEP : 협상판 설계(3차원)
케니코트사는 자신들의 제안에 칠레정부의 "YES"를 이끌어 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제안이 칠레 정부의 결렬 대안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 이런 상황을 토대로 이상적인 결과로부터 현재상황으로의 역순으로 협상 지도를 그려나간다.
실제 드러난 협상 당사자, 잠재적 협상 당사자를 모두 지도에 포함시키고 그들의 이익을 빠짐없이 포함시켰다. 이렇게 하려면 기계적인 나열보다는 잘 훈련된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협상과정에서 드러날 장애물들을 모두 파악하고 협상판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짜여지도록 움직였다.
여러 고객, 정부, 채권자를 개입시킴으로써 보다 광범위한 기관들이 이익을 갖도록 했다. 새롭게 포섭된 이해관계자들 다수가 칠레 정부의 광산 운영 능력에 우려를 표하면서 케니코트사가 광산을 운영하는 것에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있다고 보게 만들었다.
즉 케니코트사 vs 칠레 정부라는 일대일 구도가 아닌 케니코트사, 새롭게 포섭된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들 vs 칠레정부 라는 다자간 구도를 만들었다. 케니코트사는 자신들의 결렬 대안을 강화하고 칠레 정부의 결렬 대안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설계했다.
2 STEP : 협상안 디자인(2차원), 파이키우기
먼저 광산의 지분 절반 이상을 칠레정부에 매각하겠다는 과감한 제안을 한다. 그리고 이 지분 매각대금에 미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추가자금까지 더해 광산을 대규모로 확장하겠다고 제안함으로써 칠레 정부의 이익 증가에 대한 구미를 자극했다. 그리고 칠레 정부가 미국 수출입은행의 대출에 보증을 서게 하고, 또 그 보증이 미국 뉴욕 주법의 적용을 받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수용을 막겠다고 보증한다는 조건 하에 모든 자산을 보험에 들었다. 그리고 광산 확장을 통해 추가로 생산되는 구리를 북미와 유럽의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공급 계약에 대한 추심권을 유럽, 미국, 일본의 금융기관 컨소시엄에 재판매 했다.
광산 확장 사업을 제안함으로써 전체 파이를 키워서 더 큰 몫을 떼어주는 방식으로 칠레 정부에 가치를 장조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케니코트사는 많은 지원군을 자기편에 둘 수 있었으며 자신들의 결렬 대안을 강화하면서 자신들의 협상안이 칠레 정부의 결렬 대안보다 더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3 STEP : 협상장 전술(1차원)
관계 지향적인 남미 문화의 측면을 고려해 여러 이해관계자들 및 정부관리들과 관계를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확장된 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케니코트사가 원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자칫하면 모든 재산을 빼앗길 처지에 있던 케니코트사는 3차원 협상 전략을 통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협상을 타결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전략 없이 협상 테이블에서 케니코트사 vs 칠레 정부 구도안에서 그들에게 호통치고 허세부리고 그들의 문화를 존경하려 해보기도 하고 갖은 방법을 썼어도 절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3차원 협상법의 핵심
1 STEP. 협상판 설계
모든 당사자들과 그들의 모든 이익과 협상 결렬 대안을 망라해 전략 지도를 그려라.
순서와 기본 프로세스를 어떻게 선택할지 점검하라.
최종적으로 협상테이블로 가기전에 유리한 협상판 설계가 되었는지 확인하라.
2 STEP : 협상안 디자인
동북쪽으로 나아가면서 파이를 키워라.
3 STEP : 협상장 전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전을 수립하고 자기 몫을 확실히 챙겨라
이론적으로는 1단계, 2단계, 3단계,...완료 라는 절차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현실적 협상은 매우 복잡하고 변수가 많을 것이다. 즉 여러 요소가 계속 작용하면서 극적인 변화도 일어나는 곳이 협상 테이블이다. 기본적인 프레임을 토대로 여러차원에서 행동하고 어떤 경우에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접근법을 새로운 상황에 맞춰 조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3차원 전략이라는 아이디어는 목표로 하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사전에 구상해둔 세부적인 경로나 마스터플랜을 따르는 것으로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전략은 사전에 설정해둔 경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영리한 전략을 수립한다고 해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탄탄한 협상 전략이란 정해진 경로가 아니다. 경로보다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는 잠정적인 길을 스케치해둔 지도와 같다.
당사자들, 이익, 협상 결렬 대안, 순서 짜기, 기본 프로세스의 선택, 동북쪽으로 나아가기, 차이, 합의의 형식적 문구와 실질적 취지, 파이를 키우고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작전 등 3차원 장애물과 3차원 전략이라는 기본 적인 프레임과 핵심 요소들을 잘 파악한다면 지도를 잘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3차원 지도는 협상장 밖에서, 제도판 위에서, 협상 테이블에서의 움직임을 조율함으로써 계속 변화하는 장애물을 넘어 반드시 부딪치게 마련인 어려움과 복잡성을 뚫고 망침내 성공에 이르는 경로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위대한 협상가에게는 성공의 패턴이 있다